2017년 6월 12일 매일경제-[최신 기술로 살아보니] (2) 성인용 VR 손에 잡힐 듯 말 듯 그녀가 내 앞에서…
2017년 6월 12일 매일경제-[최신 기술로 살아보니] (2)
성인용 VR 손에 잡힐 듯 말 듯 그녀가 내 앞에서…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7&no=390660
<신문기사 스크랩>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성인용 VR(가상현실) 체험기다. 7년간 기자 생활을 하면서 이토록 긴장한 적이 있었을까. VR이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돼 있었다. VR의 성패는 성인용 콘텐츠에서 갈린다는 사실을. 30년 전 비디오(VTR)가 대중화된 가장 큰 원인도 다름 아닌 성인물 때문이 아니었던가. 역사는 돌고 도는 법. 이미 이웃 나라 일본은 DVD방과 비슷한 형태의 성인용 VR방이 도처에 깔려 있다.
반면 한국은 ‘성진국’ 일본을 따라가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다행히도(?) 지난 4월 그린라이트픽처스란 기업이 ‘성인용 VR’을 선보이며 바짝 뒤를 쫓을 채비를 하고 있다.
▶성인용 VR 도전기 ▷먼저 심호흡하고 앱 설치부터 일단 준비물이 있다. 스마트폰과 VR 기기,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 일단 스마트폰에서 VR그린라이트(Green Light)란 앱을 설치하자. 구글 앱 스토어에서 받을 수 있다(아직 애플 앱 스토어에는 등록이 안 돼 있다). 평점은 3.8점으로 그저 그런 수준이다. 아주 조악하진 않은가 보다. 앱을 설치하면 성인용 콘텐츠를 유료로 구매할 수 있다. 영화는 총 45분 분량으로 제작됐는데 3~15분씩 나눠 판매한다. 한 편당 대략 1500~3000원 정도. 일단 맛보기로 성인용 웹툰부터 시작했다. 2D와 3D의 결합물이다. 가슴처럼 중요한 부위는 3D로 표현되고 다른 장면은 2D로 구성돼 있다. 웹툰은 그냥저냥 하다. 만화가 섞여 있어 큰 기대도 안 했다. 어차피 맛보기였으니까. 본격적인 영화 시청 돌입. 그린라이트픽처스가 제작한 콘텐츠로 제목은 ‘그녀의 반전 욕망’이다. 과연 어떤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까. 영화 시작과 함께 그녀가 눈앞에 나타난다. 마치 바로 앞에 있는 것 같은 느낌. 생각보다 나쁘진 않다. 그녀가 상대방을 가리켜 ‘재오 씨’라고 부른다. “그래, 오늘 하루 ‘재오 씨’가 돼보자.” 서서히 옷을 벗고 침대 위에 올라온다. 하지만 벗은 몸을 부끄러워하는 그녀. 쑥스러워하는 모습이 더욱 자극적이다. 한동안 수줍음을 참지 못하던 그녀는 침대 위의 고양이 그림을 보자, 돌변한다. 고양이 그림은 마음속에 감춰진 그녀의 본능을 일깨웠다. 눈빛이 바뀐 그녀는 자극적인 말로 유혹한다. “재오 씨, 요즘 나 미쳐버리고 싶어.” 나도 미치겠다. 주변에 눈도 많은데. 손에 잡힐 듯 말 듯한 그녀 모습에 한껏 취하고 있을 무렵, 옆에 있던 사진기자가 한마디 한다. “제발 입 좀 다물고 보지.” 이성을 찾았다. 그래, 난 즐기러 온 것이 아니라 일을 하러 왔지. 마음을 다잡고 다시 VR 기기를 착용했다. 갑자기 그녀가 사라졌다. 고개를 좌우로 돌려도 그녀가 없다. 아뿔싸. 고개를 내려 보니 그녀가 바로 앞에 있다. 나는 침대 위에 누워 있고 그녀는 그 위에 올라타 있는 느낌이다. 일부러 카메라 각도를 그렇게 구성한 모양이다. 그렇게 그녀의 반전 매력을 한껏 즐기고 나니 어느덧 영화는 끝나 있다. VR 콘텐츠의 가장 큰 특징, 생생함이다. 360도 카메라로 영상을 촬영하기 때문에 고개를 돌리다 보면, 감독이 의도하지 않았던 영상도 볼 수 있다. 정우성 그린라이트픽처스 서비스총괄이사는 “360도 촬영은 VR 콘텐츠 제작의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말한다. 미안한 얘기지만 그의 말은 잘 들리지 않는다. 재오 씨와 그녀의 격렬한 사랑 장면만이 뇌리에 남았다. 두 번째 작품은 처제와의 사랑을 그린 영화다. 에잇. 실망이 크다. 사실 한국 성인물은 뻔하다. 늘 처제나 형수, 아니면 선생님이 단골손님이다. 이번 영화는 한 남자와 처제가 부인(언니) 몰래 사랑을 나눈 장면이 주된 내용. 익숙한 스토리에 질려 고개를 돌려본다. 방문이 살포시 열려 있다. 항상 이런 장면에선 문을 열어놓더라. 그 순간, 갑자기 부인이 등장해 유심히 남편과 처제의 사랑 장면을 훔쳐보고 있다. 이 부분에서는 흠칫 놀랐다. 마치 잘못을 저지른 당사자가 된 듯, VR에서나 볼 수 있는 매력인 듯싶다. 마지막으로 일본 유명 AV 배우가 등장한 작품을 감상했다. 하마사키 마오. 굉장히 유명한 AV 배우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일본 콘텐츠는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아무리 자막이 있어도 배우가 다른 나라 말을 하면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니.
그린라이트픽처스는 최근 성인용 VR 콘텐츠를 출시해 주목받고 있다.
▶총평-몰입감·생생함 good ▷보완할 점 많지만 충분히 자극적 성인용 VR의 최대 장점은 몰입감이다. 생각보단 느낌을 생생하게 잘 구현했다. 물론 사람에 따라 호불호는 분명히 갈릴 것 같다. 아무 기대 안 한 사람은 만족할 것이고 큰 기대를 품었던 사람은 실망할지도. 몇 가지 한계점도 눈에 들어온다. 우선 처음 콘텐츠를 접했을 때 살짝 어지럽다. 물론 어느 정도 적응의 시간을 거치니 괜찮아졌다. 이건 개인차가 있을 듯싶다. VR 기기 자체의 부자연스러움도 있다. 시중에 여러 VR 기기가 나왔지만 완벽히 3D 형태를 구현한다고 보긴 어렵다. 눈에 끼고 콘텐츠를 접하기엔 여전히 무겁다. 오랜 기간 착용이 힘들며 안경 낀 사람은 더더욱 불편하다. 보다 편리한 VR 기기가 있다면 더욱 생생한 체험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삼성전자가 만든 ‘삼성 기어’로는 아직 성인용 콘텐츠를 접하기 어렵다. 삼성전자 측에서 성인물을 막아놨기 때문이다(물론 꼼수는 있지만). 정상적인 절차로 콘텐츠를 접하려면 중국 제품이나 종이 박스 형태의 VR 기기를 활용해야 한다. 일본뿐 아니라 미국 등 다른 나라에도 성인용 VR이 대중화되면 삼성전자 또한 닫힌 문을 열지 않을까. 콘텐츠 측면에서도 살짝 아쉬운 면이 있다. 배우가 아닌 전체 공간을 배경으로 360도 촬영을 했다. 그러다 보니 배우를 세밀하게 관찰하기 어렵다. 즉, 보는 시점이 1인칭이 아닌, 3인칭 관점에 가깝다. 이 때문인지 배우와 같은 공간에 있다는 느낌을 주진 않는다.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성인용 VR은 시도 자체만으로 충분히 박수를 보낼 만하다. 현재 그린라이트 앱에는 성인용 VR 영화 ‘달콤한 유혹’과 ‘내 사랑 하마사키 마오’ 등 50편의 성인물이 등록돼 있다. 영상물은 5~10분 단위로 끊어 제공한다. 무리한 시청을 염려(?)한 ‘제작진의 배려’다. 지금은 한국과 일본 영상물만 등록돼 있다. 그린라이트픽처스는 6월 초 러시아 여성 배우들과 대부도에서 촬영에 들어간다고 했다. 한국과 일본 작품에 이어 서양 성인물도 VR로 접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금발 미녀의 몸부림도 자못 기대되는 부분이다. 법적인 문제는 없을까. 회사 측은 해당 콘텐츠들은 정상적으로 국내 영상 심의를 거쳐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또 성인들만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성인 인증을 필수로 요구한다. 정우성 총괄이사는 “국내에서는 성기 등이 나오는 영상물을 만들 수 없다. 제작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재미있는 스토리를 중심으로 콘텐츠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린라이트픽처스는 하반기부터 프랜차이즈 형태로 성인용 VR방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DVD방 형태로 혼자 들어가서 성인용 VR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공간. ‘그린박스’라고 부른다. 그린박스에는 VR 헤드셋은 물론 영상과 연동해서 활용할 수 있는 각종 성인용품 기구를 잘 갖춰놓을 계획이다. 그랬다.
성인용 VR 콘텐츠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 중 하나는 촉각(?). 그린박스는 이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공간인 셈이다. 지금까지 국내 VR 시장은 놀이기구 간접 체험이나 게임 등에 국한됐다. 하지만 VR의 최종 목적지는 누가 뭐래도 성인물이다. 그린라이트를 시작으로 보다 새롭고 다양한 시도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강승태 기자 kangst@mk.co.kr]
<신문기사 내 이미지>